어버이날,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게 과한 걸까?

 

5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준비에 분주해집니다. 카네이션, 편지, 선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애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고민이 생기곤 합니다. “조부모님도 어버이날에 챙겨야 하나요?”
이 질문은 단순한 선물 범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의 경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그리고 ‘의무감’과 ‘마음’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버이날은 단순히 공식적인 날 그 이상입니다. 가족 간의 정서, 기대, 역할,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날이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때로는 작지만 따뜻한 배려가 오래 남는 법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버이날에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제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부담을 줄이면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공유해보겠습니다.

어버이날의 유래와 대상 이해하기

어버이날은 누구를 위한 날인가?

어버이날은 1956년 ‘어머니날’로 시작되었다가, 1973년에 지금의 ‘어버이날’로 제정되었습니다. 명칭이 변경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역할도 함께 존중하자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어버이날은 법적·공식적으로는 ‘부모님’을 위한 날이며, 민법상 ‘친권자’ 또는 ‘법적 보호자’로서의 부모가 그 주된 대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법보다 훨씬 더 다양합니다. 조부모님이 부모를 대신해 양육을 맡았거나, 늘 함께 생활하며 정서적 지지를 주신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님 못지않은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버이날 인사나 감사를 드리는 경우도 많죠.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게 ‘과한’ 걸까?

가족 구조와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게 좀 과한가요?’라는 질문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핵심은 관계의 밀도와 그동안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어린 시절 조부모님이 주 양육자였던 경우
•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고, 조부모님이 돌봄의 중심이었던 경우
•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정서적 유대감이 깊은 경우

이런 경우에는 어버이날에 조부모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오히려 꼭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 따로 거주하며 관계가 희박한 경우
• 가족 내에서도 조부모님을 '어르신'으로 대하고 존경의 표현은 노인의 날에 하는 분위기라면
• 부모님이 조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선을 긋는 편이라면

이럴 경우에는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과한가?’라는 질문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가족 문화와 관계에 따라 충분히 유연하게 달라질 수 있는 선택지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부모님의 시선도 중요한 포인트

어버이날에 조부모님을 챙기는 문제는 부모님의 입장도 고려해야 합니다.

• 어떤 부모님은 “우리를 먼저 챙기면 됐다”고 하실 수도 있고
• 또 다른 부모님은 “할머니도 챙겨야지, 그분 없었으면 우리가 여기 없잖니”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족 간 정서적 질서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부모님을 챙길 생각이라면 먼저 부모님께 "작은 선물이나 전화라도 드릴까 생각해"라는 식으로 여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부모님의 가치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부모님께 예의를 다하는 방식으로 조율할 수 있습니다.

조부모님을 챙기고 싶다면 이렇게

부담 없이, 의미 있게 다가가는 방법

꼭 거창한 선물이나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심을 담은 간단한 표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해보세요.

• 전화나 영상 통화로 안부 인사와 감사 인사 전하기
• 손편지나 카드를 보내기, 손자·손녀의 글은 특히 감동을 줍니다
• 조촐한 간식이나 건강식품 선물도 실용적이고 부담이 적습니다
•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카네이션 전달하기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정서적 거리감도 좁혀주고,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법입니다.

챙기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을 다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어버이날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지, 도덕적 시험지가 아닙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님께 정성 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조부모님까지 챙기지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삶과 가족 환경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어버이날에 조부모님까지 챙기는 것이 과하냐는 질문은, 사실상 ‘마음의 여유’와 ‘관계의 밀도’를 되묻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챙기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진심’이며, ‘규범’보다 ‘상황에 맞는 공감’입니다.

부모님을 먼저 챙기되, 조부모님께도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그 진심은 꼭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 반대여도 괜찮습니다. 무조건 모두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의 방식으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면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요.

필요하다면 나중에 따로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해진 날짜가 아니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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